
여수국가산업단지 석유화학산업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산단 전후방 산업에 해당하는 플랜트건설과 화물운송업 고용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정부도 여수산단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하고, 고용위기지역 지정도 추진하고 있지만 고용노동부 장관이 공석이라 속도를 내긴 어려워 보인다. 우선 추가경정(추경)예산에 관련 지원을 포함했다.
1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도와 여수시가 지난 4월 신청한 여수시 고용위기지역 지정은 정권 교체와 장관급 인선에 시간이 걸리는 탓에 빨라도 7월께로 전망된다.
지원 논의할 고용정책심의위, 장관 공석으로 불투명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려면 노동부 고용정책심의회가 열려야 하는데 심의회 위원장이 장관이기 때문이다. 장관을 임명하려면 국무총리가 임명제청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지난 10일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청문회 등 절차를 20일 이내에 마쳐야 한다. 그러나 여야는 아직 김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을 합의하지 못했다. 장관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조속히 임명해도 심의회 개최까지는 한 달여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게다가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기에는 고용지표가 아직 양호하다는 점도 문제다. 고용위기지역 지정은 정량요건 4개 중 3개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각각 △고용보험 피보험자 증감률(전국 평균보다 5%포인트 이상 낮은 때) △고용보험 피보험자수 5% 이상 감소 △구직(실업)급여 신청자수 20% 이상 증가 △고용보험 가입 사업장수 5% 이상 감소다.
그러나 여수시가 제출한 지정 신청서에 따르면 고용보험 피보험자 비율은 4월 기준 여수시 1.66%로, 전국 1.31%보다 되레 0.34%포인트 높다. 고용보험 피보험자도 81만7천명에서 83만1천명으로 1.7% 증가했다. 구직급여 신청자는 1천871명에서 1천864명으로 0.4% 줄었고, 고용보험 가입 사업장수는 1만4천519곳에서 1만4천745곳으로 1.1% 늘었다. 현실의 위기가 통계상 숫자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아직은 폐업을 하거나 고용상 위기를 촉발하는 조치를 하기보다 생산량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댈 대목은 정성평가다. 지정 절차에 따르면 ‘대규모 고용조정이 발생하거나 급격한 고용감소가 확실시되는 지역에 대해 해당 지역의 경제·산업·고용동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정할 수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지표상 지정이 어렵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고 이미 정성평가를 고려해 지정을 신청했다”며 “다만 빠른 결과가 나오긴 어려울 것 같아 기다리는 동안의 지표변화를 더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실 위기 지표 반영에 시차, 문 닫기보다 허리띠 졸라매기
지표가 양호한 이유는 석유화학산업단지 내 기업의 고용변동이 본격화하지 않은 탓이 크다. 폭풍전야인 셈이다. 이미 산단 경기는 하락세를 탔다. 공장들은 라인을 멈추고 있다. LG화학은 7개 공정을, 롯데케미칼은 1개 공정을 세웠다. 이 때문에 여수산단 생산액은 2022년 기준 99조4천억원이었지만 지난해 87조8천억원으로 11.6% 감소했다. 수출액도 같은 기간 379억9천만달러에서 319억9천달러로 15.9% 줄었다.
가동 중단과 감산 영향은 비제조업 유관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수산단 공장을 짓거나 고치는 플랜트건설 노동자와 생산품을 실어 나르던 화물운송 노동자다. 특히 여수에 연고를 두고 산단 공장정비 등으로 수십 년을 일해 온 플랜트 노동자 고용은 확실하게 감소하고 있다.
여수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LG화학 여수공장 공사목적 출입 인원은 5천4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천370명보다 소폭 줄었다. 그러나 2023년과 비교하면 격차는 훨씬 크다. 2023년 3월 출입 인원은 9천551명에 달했다. 올해 3월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 관계자는 “공장 신·증설은 이미 끊겼고 올해 1분기 대형 공장 정기점검이 끝나면서 고용이 더욱 줄어들 전망”이라며 “중소기업의 정비까지 종료하는 6월 이후에는 정말 일거리가 하나도 없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수에서 10년 넘게 일한 노동자가 최근 들어 일자리를 찾아 울산이나 대산산단으로 이동하거나 아예 전직하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정은 화물운송도 유사하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여수지부 관계자는 “화물을 선적하지 못해 공치는 날이 늘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영향이 드러나더니 올해 들어 완전히 고꾸라졌다”고 토로했다.

세수 반토막 여수, 지방소득세 48.8%↓법인소득세 66.7%↓
이런 상황은 자연스레 지역경제 위기로 전이하고 있다. 단적으로 여수시 세수가 줄었다. 2023년 2천296억9천800만원이었던 여수시 지방소득세는 지난해 1천174억8천500만원으로 반토막(48.8% 감소)이 났고, 같은 기간 법인지방소득세도 1천654억3천500만원에서 551억4천600만원으로 66.7% 감소했다. 여수산단에 의존해 온 경제가 올해부터 무너진 셈이다.
이런 징후 앞에 지방자치단체와 노동계가 공동으로 대응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이끌고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계는 특히 플랜트건설노조와 건설노조·화섬식품노조·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참여한 여수석유화학산업 위기대응 여수산단 산별노조 공동대책위원회를 4월 말 발족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당초 노동계 참여가 배제됐던 전남도와 여수시의 여수 석유화학 고용위기 대응 협의체에도 참여하면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오는 9월 국회 토론회 등을 진행하고 정부와 재계에 산업위기 대응 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서명운동도 전개한다. 이광민 공동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산업위기 대응을 위해 선제적인 고용위기지역 지정과 정부·기업의 명확한 방향성 제시가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고용위기지역 지정에 절차상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능한 정책지원을 모두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영철 노동부 지역산업고용정책과장은 “최근 추경에도 관련 예산을 반영했고 앞서 지정된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사업상 고용유지지원금도 상황에 따라 평균임금의 90%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협의해 안내하고 있다”며 “고용위기지역 지정이 이뤄지면 플랜트건설 노동자 같은 직종도 석유화학업종으로 지원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