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내 입법’에서 ‘연내 입법안 마련’으로 사실상 목표가 축소됐던 정년 연장 논의가 멈춘 지 2주가 넘었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며 정부·여당의 입법안 제출을 촉구했지만, 회원조합들은 이보다 더한 당정 압박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 지지 철회까지 한국노총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공언했다. 한국노총의 다음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삼성그룹노조연대 대선 정책공약 위반
삼성그룹 노동자들이 모인 삼성노조연대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위원장실에서 지도부를 면담하고 연내 정년 연장 입법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한국노총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구체적으로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정부여당을 움직이기 위해 정치적 압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지 철회와 파업을 제안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5월1일 민주당과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 법정 정년의 차이로 인한 소득 공백 해소,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 문제, 노년부양비 급증 문제 해소를 위하여 연금 수급 연령과 연계한 65세 정년연장을 노․사 등과의 논의 및 협의를 거쳐 2025년 내 정기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한다”는 협약을 맺고 민주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는데, 민주당이 약속을 어긴 만큼 지지를 철회하는 안도 고려하자는 이야기다.
오상훈 삼성노조연대 의장(삼성화재노조 위원장)은 “연내 65세 법적 정년연장이라는 정책협약은 어겨진 것 아니냐”며 “한국노총이 성명만 낼 게 아니라, 올해까지 정년 연장이 통과되지 않으면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파업 등 행동까지도 나선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적으로 불만 들어온 한국노총
연말 항의 움직임 ‘검토 중’
한국노총은 회원조합들로부터 이 같은 요구를 지속적으로 들어 왔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년연장 연내 실현이 반드시 돼야 한다는 요구와 항의를 회원조합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들어 왔다”고 했다.
다만 연말이 올수록 당장 정년에 도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국노총에서도 연말 행동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관측된다. 또 다른 한국노총 관계자는 “입법안 마련을 언제까지고 기다릴 순 없다”며 “연말이 다가올수록 어떤 식으로든 행동할 필요성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다”고 했다.
현재 정년 연장안은 민주당이 단독안을 마련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달 9일을 마지막으로 민주당 정년연장특위 노사 실무협의가 멈춰 있는 상태에서, 15일 민주연구원이 “가장 합리적”이라며 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2029년부터 61·62세 구간은 3년에 1살씩, 63·64세 구간은 2년에 1살씩 연장해 2039년까지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안이다. 정년연장과 재고용을 단계적으로 섞는 것이다. 민주연구원은 이를 토대로 노사 합의를 도출할 것을 제안했다.
암초는 정년연장특위 산하에 꾸려진 청년TF다. 정년연장이 청년 고용을 축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청년의 입장을 듣기 위해 마련한 TF인데, 이달 3일 출범한 탓에 시기가 늦었었고 민주당이 TF논의를 이유로 입법을 지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년TF는 이날 오후에도 운영됐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청년TF를 운영하지 않다가 오늘 논의한다고 하니, 청년 불만을 들어보겠다는 이유로 입법 지연 명분을 찾는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투쟁을 적극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